七日葬을 지내며
어머니! 안 추우세요.
큰일 날 뻔 했어요.
그 걸음, 조금 빨리 가셨어도
굽은 다리 더 시렸을 거예요.
4월이 낼 모렌데 산간지방에는 오늘
폭설이 내려 다람쥐랑 토기가
오들오들 떨었다하네요.
어머니! 그래도 여기는 봄이 오고 있어요.
한번만 눈 떠 보실래요.
봉분위로 쌀눈 뜬 잔디들이 깔깔거려요.
겨울 찬바람에 죽었다 살아나니
세상이 참 신기한가 봐요.
그중에 나처럼 키가 멀뚱한 놈은
엄마 손을 뿌리치며 쑥쑥 자라요.
지 딴에는 뽐내고 싶은지 으쓱 거리기도 하구요.
어머니! 저 새는 새로 사귄 친구세요.
아니면 삼도 육계, 윤회 따라 어머니
새가 되셨나요.
아까부터 내 주위를 빙빙 돌아요.
어머니 손등 같은 굴참나무 등결로
어머니 흰 머리 같은 가시덤불 위로
어쩌다 어머니 품속 같은 연한 풀 자리 위로
콕콕 찍어 앉기도 하네요.
옛날에 어머니가 윗골 무밭 매듯 말예요.
그때는 내가 어머니 곁을 빙빙 돌았지요.
연한 싹들이 앙증스럽게 몸을 떨던
어머니의 호미 끝이 무서워 더 바들거리던
그 무 싹들에게 내가 속삭였지요.
야, 바보들아 빨리 도망가. 우리 엄마 이젠 무서워
아빠 대신 닭 모가지도 막 비틀어...
솎아 낸 파란 싹들은 금세 시들고
저녁이면 방울처럼 둘러앉아 우리는
그 싹들을 꼭꼭 씹어 배를 채웠지요.
채워도 채워도 헛배는 왜 그리 출렁거리던 지요.
그날 밤, 좀도리 항아리는 턱없이 모자라고
연한 국 한 사발에 봄밤을 뉘시던
어머니, 나는 담배 피면 배불러야!
하시며 하얀 연기로 허기를 채우시던 밤
연기가 헛배임을 까마득히 모르고 우리는
어머니의 까만 머리를 하얗게 물들이며
잠이 들곤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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