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강혜승 원장님,
제가 본디 실없는 말하기를 퍽 좋아하는
아주 형편없는 취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이런 취미는 사실 남에게 피해가 되기에
담배 끊듯 콱 끊어야 할 텐데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네요.
(환갑전에는 내 필히 정리 정돈 하겠습니다.)
이번의 경우도 저는 굳이 밥까지 얻어먹는
그래서 강 원장님께 민폐가 되는
그럴 요량은 전혀 없었는데 착하고 순진하신
강 원장님께서 지레 놀라시어
그렇게 일품 최고급 요리를 사 주신다 하오니
어째서 제가 낼 밤을 안 기다리겠습니까.
고맙고 감격해서라도 꾸역꾸역 가렵니다.
특히 낼은 우리 동네 채모 씨 한분을 모시고 갈까 합니다.
얼마 전 무교동에서 점심을 함께 했는데
그 자리에서 이러더군요.
“어이 김진사, 14일 그 모임에 나도 좀 가면 안 될까”
정색을 하며 그렇게 묻기에 저도 얻어먹는 입장이지만
순전히 내 멋대로 쾌히 승낙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면서
“됐어, 이제 산부인과 문제는 됐어. 걱정 마!” 이런 말을 하더군요.
뭘 걱정 말라는 건지 저는 알 길은 없지만
아마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듯 했습니다.
차후 병원에 가거든 수술이나 잘 해주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앞으로 1년에 5~6번은 가리라 생각됩니다.
나는 평생 한 번도 못 가본 산부인과.
어째서 저렇게 들락거릴까.
썹 쓰리를 하고도 왜 정력을 저리 남아 돌아
신나게 쓰고 다닐까
아! 울 아버지가 밉다.
강 원장님,
그럼 내일 마음이 잘 생긴 몇 사람만 뫼시고
조용히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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