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일로 현재 괴로워하지 말자.
6.25 때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 전후에 손발이 다 닳도록 열심히 노력을 하여 경제적으로는 부유해 졌더라도 자식들이 잘 자라 행복하게 지내면 즐거울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말년이 괴로울 것이며, 평생을 고생한다는 푸념이 절로 나올 것이다.
마치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더라도 소식을 모르고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사망소식을 접하게 되면 갑자기 눈물이 나고 예전의 기억들로 슬퍼지는 것과 똑같다.
괴로움은 내가 과거에 고생했던 생각을 하지 않으면 괴롭지 않는 현재의 일이다. 즉 어려웠던 과거를 생각하니까 뭔가 불만족스러운 현실과 매칭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 괴로움이란 감정이다.
과거 그 자체가 괴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체가 없는 과거라는 기억을 내가 생각하지 않으면 과거가 나를 괴롭힐 수 없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것이 과거의 그 상황이나 그 사람이 재현된 것이 아나라 '기억 속의 생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더라도 돌아가셨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특별히 슬퍼할 일도 없는 것이다. 초상집에서 모두들 슬퍼하다가도 누군가 우스운 이야기를 하면 일순간 한바탕 웃게 되는 것처럼.....
내가 생각하는 집사람이나 아이들도 사실은 내가 일으키는 어떤 생각에 따라 스스로 내 마음 속에 짓고 있는 어떤 형상일 뿐이며, 그들의 진정한 실체와는 무관하다. 내가 짓는 마음 속의 모양에 따라 자랑스럽기도 즐겁기고 하며, 섭섭하며 슬퍼지기도 하는 것이다.
'집사람이나 아이들'이란 나에 대칭되는 객관에 대한 기대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오직 사랑하고 이해하고 배풀려고만 노력한다면, 객관이 없어지며 모든 것이 나 자신의 일이 되어 괴로울 일이 아무 것도 없어진다.
'나'와 '너'가 없어지면 괴로울 일도 없어진다.
선임병들은 왜 후임병들을 괴롭히게 될까? 개인의 성향탓일까, 아니면 전체적인 군 사회의 분위기 탓일까? 자신의 과거 경험을 시공을 초월하여 현재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현재일 뿐, 과거도 미래도 아닌데도 말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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