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부른 세상이다.
나 어릴적 생각하면 꿈도 못 꾸어 본
아니 꿈만 꾸어도 하루 종일 바보 아이처럼
실실 웃고 다니던 그 시절에 비하면
달라도 너무 다른 세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그 시절을 끄집어
여기에 옮겨 놓은 들
마루에서 우두커니 밥을 먹는다.
이것들을 씹어야 한다.
꼭꼭 씹어 허기를 달래야 한다.
씹어도 씹어도 톡톡 도망 다니던 우글우글한 보리밥,
시커먼 된장, 풋고추,
아무렇게나 담겨진 버캐 낀 깻잎,
그리고 푸른 찬물 한 대접 그 옆
멀뚱한 숟가락 하나
그런 날은 또
청명한 뭉게구름 떼거지로 떠가고
그 사이를 날렵히 물 차던 제비들
온 세상이 지네들 노래방.
참으로 배고픈 시절이었지요.
쌩 쌀 한 톨 훔쳐 먹다간 그날은 ‘생 제사’ 지내는 날.
그래도 용감한 허기는 잽싸게 광을 휘젓고
그 순간 뽀얀 쌀눈들과 마주친 내 눈빛은
살기 돌아 순식간에 뒷문을 빠져 나가던
참으로 아찔한 추억이지요.
2.
그런데 21c는 왜 이렇게 다른가요.
세상 아무도 몰래
아는 사람이라곤 죽을 때까지 달랑 둘 뿐,
그럴 요량으로
내 그렇게 사랑하고 흠모하는 그 지희 모친께서
대일본 제국 땅에서(독도는 분명히 우리 땅)
37km를 완주 하셨다기에
잠원동 몇몇 어부인들 동반하야 밥 한 끼 사겠노라
수 백 번 수 천 번, 아니 오죽했으면
비가 억수로 내리던 엊그제
중구청 수위실에서 한참을 기다려 ‘반 붕어’ 그 눈에 확답까지 받고 왔는데
다음 날 문자로
“엠병 밥은, 배불러 죽겠고만..
까불지 말고 시 쓰는 미모들이랑 언제 저녁이나 함께 해.”
아~ 남자라는 이유가 이렇게도 괴롭다니.
이보시요.
나 지금 입이 간지러워 미치겠소.
3.
지희 아버님 또는 정윤이 부친님,
시 쓰는 미모들일랑 염려 마십시오.
키 170, 바스36, 웨스28, 힙스 36
줄줄이 엮어 놨으니 마르고 닳도록 고르십시오.
그런데 우리 인간적으로 어부인 모시고 밥 한 끼 한 다음
고르던지 말든지 합시다.
고르는 것도 어부인을 우선 한 다음
그 다음 골라야 늙어서 우글우글한 보리밥, 풋고추,
버캐 낀 깻잎 안 먹을 거요.
잘 생각해서 답 주십시오.
아~ 아~
그래도 입은 계속 간지러워 미치겠구나.
(반 붕어 눈= 눈이 반쯤 나온 눈)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