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몸하고 마음이 무거워
한번 털어 내 볼까 싶어
겨우 5km를 뛰었어요.
그것도 38분 걸렸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약을 올리시나요?
그래요.
채 선생님과의 성수대교에서 잠깐의 조우,
참 반가웠어요.
나 같았으면 함께 뛰었을 거예요.
반달이고 온달이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이라고
그 때 지나고 나면 다 허상들인데
잠시 호들갑들인데
뭐 그리 대단한 우정이라고
섭섭하니, 나를 버리고
낚시꾼에 혼 줄난 반붕어 눈으로 그렇게
용맹스럽게 뛰어 가셨나요.
나는 한 동안 멍했어요.
변심한 연인처럼 너무 생경했어요.
그 기분 수습이 잘 되질 않아 동호대교까지 걸어왔어요.
오며, 등 돌려 사라진 저 사람은
언제 본 누구였을까.
사람이 이 만큼 낯설어 보기는 또 언제였던가.
물속으로 빠져드는 나를 바라보았어요.
퇴적된 갯벌은 숨이 막혔어요.
그렇게 혼자 걸었어요.
아주 멍했어요.
달려 가버리고 없는 자리,
그 자리 위로 장어가 꿈틀거리고
등가죽 벗겨진 생선회들이 튀어 오르고
실타래처럼 말아 올린 냉면발이
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올랐어요.
이런 추억들, 또
먼 옛날 반달의 추억처럼 사라질 거라 생각했어요.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비가 오네요.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려나 봐요.
세상 모든 것들이 비에 젖고 있어요.
마음 밖 세상, 흠뻑 젖어 다시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