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因)은 씨앗으로 나 자신 속에 있는 일정한 성격이다. 연(緣)은 밭으로 내가 만나서 살아가는 환경이다.
씨앗이 밭에 떨어져 있어도 싹이 틀만한 조건이나 환경이 충족되지 못하면 싹이 나지 않거나 나더라도 잘 자리지 못한다. 싹이 트지 않으면 우리는 처음부터 씨가 없었다고 생각하거나 싹이 트더라도 바깥에서 싹이 들어온 것으로 생각한다.
내 안에 어떤 성격(因)이 있더라도 바깥의 어떤 환경(緣)과 만나지 않으면 싹(果)이 트지 않는다. 맹모삼천(孟母三遷)의 의미가 여기있다.
우리 삶은 우리가 어떤 밭을 만나느냐에 따라 어떤 싹이 트고 열매를 맺을 것인지 나름대로 살필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어떤 사람과 만났지만 좋은 면이 있기도 하나 다른 큰 문제가 느껴지면 일단 만남을 피하여 객관적인 상황을 바꾸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상황에 관계없이 나 자신의 내부 문제점을 스스로 먼저 바꾸어 다가오는 세상의 조건에 맞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두 가지로 뚜렷이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통상 상황의 비중이 높으면 자신을 바꿀 수도 있으며,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여러 개이면 자신은 놔두고 적절하고 유리한 상황을 선택하기도 한다.
자신 속의 '씨앗'이 발아하지 못하도록 '자기'라는 씨앗을 고집하지 않거나 고쳐가는 과정이 삶의 과정이다. 이것이 전문화된 것이 불교의 선수행법이다.
나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인연의 밭이 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내가 인연의 밭이 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려면 자기 고집을 그만큼 버리려는 노력을 하여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로 인한 인연을 소멸시키면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그만큼 편안해지고, 나아가 사회가 아름답게 변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의 연륜과 지혜가 높아질수록 내 이웃을 위하는 것이라거나 너와 내가 이분법적으로 구분되지 않고 한 길에 있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너가 있음으로 내가 있게 되고, 내가 있음으로 너가 있게 된다. 내가 없으면 너와 내가 동시에 없어지는 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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