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전통과 현대의 균형 잡힌 유연한 제사 방식의 의미는 전통의 유지와 가족간의 화합이다
요즘 전국 각지의 도시에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초핵가족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같은 동네나 지역에 모여 살던 자손들이 함께 모여 조상님들에게 감사 제사를 지내던 농경 시대 대가족 사회의 문화 전통을 원형 그대로 지켜나가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명절 제사는 사찰에서 내 가족들만이 함께 모여 모심으로서 종교적 의미와 공동체적 정서를 동시에 살릴 수 있고, 제사 준비 과정 없이 명절 아침에 가벼운 마음으로 모여 얼굴 보고 서로고마움과 감사함을 나누고 공유하고, 함께 식사하고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헤어지는 방식은 가족 간 유대도 깊어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는 멋진 방식이다. 또 부모님들이 돌아가신 날 모시는 기제사는 가장 빠른 어머님 기일에 함께 집에서 모시고 있다. 이렇게 부모님 기제사를 함께 모시는 방식은 나름대로 실용성과 정성을 모두 고려한 선택이다.
제사 준비해야 하는 아내와 자주 시간을 내야 하는 아이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부모님 모두를 공경하고 있다는 마음이 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외 그 동안 집에서 모시던 모든 선대 조상 제사는 절에 일괄 의뢰하여 모심으로써 바쁜 현대 생활 속에서 전통적인 의례를 통해 존중을 표현하면서도 가족의 일상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나는 차남으로 유교적 예법에 따르면 엄밀하게 제사를 직접 모실 이유나 서열이 되지 않지만, 형님네가 종교적 교리 때문에 제사 모시기를 부담스러워 하시는데, 고인들은 생전에 자신들도 세상을 떠나면 자식들이 당연히 제사를 모셔줄 것으로 기대하고 가셨을 것이라 생각해서 나라도 살아 있는 동안은 우리 집에서라도 모시는 것이 부모님이나 조상님들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으로 결정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 제사에 대해서는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10년 정도 부모님 제사와 함께 우리 제사도 절에 부탁하고, 10년 후는 흩어버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제사 같은 경우도 일상 생활에 부담이 없도록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제사를 지내고 함께 식사하고 헤어지는 방식으로 제사의 본래 의미인 ‘함께 기억하고 나누는 시간’을 살리려 하고 있다.
전통적 예법이나 형식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가족들 간의 조상들을 생각하는 정서적 교류가 중심이 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이 21새개 디지털정보산업시대에 고려해볼 수 있는 현대적 제사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통과 신념, 가족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 스스로 책임과 배려가 깃든 조상 제사의 길을 선택한 의미를 정리해본다.
첫째, 형제들 간의 삶에 신념 차이를 존중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
종교적 이유로 형님이 제사를 모시지 않는다고 서로 불평함으로써 생겨날 수 있는 갈등보다, 그런 부담스러운 상황들을 이해하고, 대신 부모님의 뜻을 이어받아 제사를 모시는 선택은 형제와 가족들 간의 조화를 지키는 지혜로운 배려가 될 수 있다.
둘째, 생전 부모님의 기대에 대한 책임감 있는 응답이 될 수 있다
부모님께서 생전에 품으셨을 자식들의 제사에 대한 기대를 기억하고, 그 뜻을 살아 있는 동안 정성껏 실천하려는 마음은 어릴적부터 보고 배웠던 전통 문화적 효심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셋째, 후손들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 수 있다
자녀들에게 제사의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10년간 절에 의뢰하고,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마무리하는 계획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가치인 자율성과 실용성의 시대 흐름에 맞는 선택일 수 있다. 우리 내외가 죽고 나면 그 후의 일은 우리의 선택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넷째, 제사의 본질을 지켜갈 수 있는 방식이다
내가 하고 있는 제사 방식은 제사의 형식보다 조상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중심에 둔 실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찰에 제사를 의뢰하는 것도 단순한 위탁이 아닌, 정성을 담은 위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선택은 단순한 제사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가족과 조상, 후손 모두를 향한 깊은 사랑과 배려의 결정이라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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