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어려운 삶의 환경이라도 소속감이 세상을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자신의 일상이나 삶에 만족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안해 보이고 모든 말과 행동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도시적 삶이 불안정함과 달리 평안해 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이 바로 여유와 안정감이 묻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부터 내 마음 속에는 항상 뭔가 부족하거나 이래서는 안 된다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있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말귀를 잘 못 알아듣거나 실수를 하고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어색함을 느낄 때는 더 크게 들리곤 했다.
그 때는 그런 것이 당연한 삶이며, 사회 문화적인 것이라 알고 있었지, 나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인지 알지 못했다. 내가 자란 세상에서는 크고 작은 가혹한 내적 비평가들의 끊임없는 불평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의도하지 않은 지극히 사소한 실수에도 가차 없이 날 선 비난을 던지는 목소리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이었던 셈이다. 일본으로부터 해방 이후 김일성 북한 공산주의자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 말기의 어지러운 세상이었다.
사람의 죽음이 그냥 단순한 일상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 일인 듯 사람들의 삶에 다가오고 느끼고 있던 때였다. 그런 환경을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에 부족하다는 느낌과 언젠가 그런 부족함이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것 같은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던 때였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런 나약한 실체를 알면 경멸 당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본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갖은 요령을 부리며 살아가면서, 그런 삶이 주변 세상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도 당연히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 때 만난 외국 군인들에게서 느끼는 삶의 자세에 대한 특성은 더욱 두드러졌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문화권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나를 더 좋아하고 친절하고 따뜻한 듯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환영하고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확신하는 외국인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강조하는 듯했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 문화는 어쨌든 내가 있을 만한 곳에 태어나게 점지되었다는 사실과 언제 어디에 있던 당연히 자신을 환영해 주리라 믿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해 적응하려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있을 곳에 왔다는 믿음이 내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더 좋아하고 편해지고, 즐겁고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만큼 나 자신이 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아 제대로 하려 마음 속으로 다짐하는 것이다.
삶 자체가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 스스럼없이 익숙해야 할 일상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러니 조상에게 불편한 점을 하소연할 수는 있어도 현실의 삶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게 되었다.
일상이 힘들고 다른 사람들이 그냥 관심과 애정을 크게 보이지 않아도 당연히 나를 사랑하리라 믿고 확신하며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럼없이 내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나름의 열정으로 부지런히 헤쳐 나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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